술자리
씻는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지만 욕조에 물받아서 몸담그고 있는건 좋다
아마 그거 싫어하는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대중목욕탕에 와본 지 한참 된거 같다
마지막으로 간 건 아마 기억하기로 재작년 새벽같이 나가서 인천에서 들른 대중탕이겠지
그때도 개 뻘한 짓으로 들렀는데 동네목욕탕 특유의 음침하다고 할까 습기 제대로 안 빠지고 흡연실 아무렇게나 지어놓아 담배냄새도 나고.. 옷장 덜그럭거리고 옷장한켠엔 먼지 가득한..
몸사리기 좋아하는 내가 사리는 딱 그런 분위기.
대중목욕탕을 안가게된건 내가 사춘기가 빨리 찾아와서 모르는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알몸이 싫었던 이유도 있고, 다 자라고 나서는 엄마가 목욕탕을 좋아해서 매번 나를 억지로 데리고 가려고 했던 것, 또 엄마랑 둘이 가면 꼭 구석구석 내 몸을 살핀다거나 괜한 잔소리로 하루를 그르치게 되는 일들 때문이었다.
오늘도 뻘한 이유로 거금 6천원(왜 찜질도,사우나도 안 할건데 6천원이나 받는지 알수없지만)을 내고 혼자 처음 찾은 낯선 목욕탕.
하도 오랜만이라서(목욕을 대중탕에서 하는 일련의 그 과정 모두가) 입구에서 준 수건 두장과 갈아입을 옷가지를 다 들고 들어갔다가 도로 나오고, 핸드폰을 무심코 갖고 들어가려다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그 모양새가 혼자 우스워서 막 웃었음.
엄마랑 가면 항상 목욕 바구니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 했는데 혼자 갑작스레 오게 된 거라 일회용 샴푸와 바디워셔만 사서 샤워를 간단히 마치고 탕에 들어가 따뜻한 물에 몸을 덥히고 있자니 오만 생각이 든다.
목욕을 싫어해도 목욕탕에 몸담그는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그리고 내가 대중탕을 싫어했던 이유는 사실 엄마와의 관계가 평탄하지 않았던게 가장 큰거 같다. 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유난히 보수적인 엄마와 아직도 풀어지지 않은 앙금 때문에 그럴거다.
또 뽀글뽀글 올라오는 거품에 손을 가만히 대면서는 내가 되게 이 물거품속의 방울같은 사람이 아닌가 아는 자기성찰을 하였다.
문득 그냥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막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고. 나도 나를 참 모르겠다 싶기도 했다
어제 엄마가 신기하단듯이 나와 비슷한 일을 하려는 고종사촌에대해 애가 특이하다는둥 했던 게 넘 싫었는데,
나도 특이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나를 그렇게 두지 않았다고 계속 말하고 싶었다.
엄마는 나한테 좀 그렇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많이 싫다. 싫은 면이 너무 많다.
엄마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하는 말에 순순히 설득당하려고 하지도 않고, 내 그림을 잘했다고도 하지 않는다.
여행다녀와서 그린 그림을 보고도 잘했다, 혹은 그림 내용에대해 관심을 가지기 보다 엄마가 한 말은 나도 그림 배우고 싶다, 였다.
근데 나는 혼자 얼기설기 지은 집이라도 내가 한거기땜시 좋았고, 잘했고 그런게 좋았는데 그런 나의 감정을 알아주지는 않았다. 이 모든게 엄마에대한 나의 철없는 불평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부분이라고는 생각한다.
어쨌든. 엄마는 내가 가만히 살펴볼 수 있을만큼 이젠 너무 작아졌기 때문에
불평도 할 수 없다. 그냥 기형적으로든, 올곧게 자랐든, 커진 몸집 값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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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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